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7개월
2박3일 격리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집에 왔다. 격리해야 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내 집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다르다. 아내가 떠나기전부터 아가 용품을 잔뜩 사놓아서 원래도 작은 집이 정말 비좁아졌다. 짐 정리를 하고, 옷방에 작업 공간을 만들어 놓고 이제 자리에 앉았다. 막상 앉으니 7개월이 허무하게도 순삭된 기분이다. 적응해야 된다.

작업 환경
작업 환경은 좌식인 것 빼고는 미국 연구실에서 구성과 동일하다. 여러모로 최대한 익숙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이 연속성에 있어서 좋다. 역시 인터넷 속도에 있어서는 비교할게 못된다. 그 동안 작업 서버는 한국에 있어서 고생을 했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. 나머지는 나의 집중력에 달려있다. 즐거운 마무리를 한번 도전해 보자.

걱정 반, 기대 반
파견에서 마지막 2달은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. 구현과 실험의 기록들을 돌아보니 나름 숨막히게 했던 것 같다. 돌아오기 전에 어느정도 답을 보길 바랐으나 생각보다 좋은 답을 못찾은 것 같다. 원큐에 모든게 해결되리라 기대했는데 지금 수준은 문제 확인하고 가능한 옵션을 제시한 것 같다. 최적의 답이 분명히 있을 텐데 없다면 없어야 하는 이유라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. 걱정이 반이요 기대도 반이다.

까페 임대
부모님 집 1층에 까페가 들어오기로 했다고 한다. 약간 특색이 있는 까페인데 나름 괜찮을 것도 같다. 파견 3-4개월 즈음인가? 다 포기하고 한국가서 1층에 까페나 차리겠다고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. 물건너가버린 옵션이다. 이제 남은 옵션은 하나 뿐이다. 하던 연구 마무리하는 것. 다행히 나는 혼자가 아니다. 혼자가 아니라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.

격리소 2박 3일
아내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불안하고 고된 시간이었기 때문일까? 격리 시설에서 나름 편했다고 한다. 나는 거의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. 작은 방에 온 가족에 케리어를 다 쟁여두고 언제 나갈수 있을까 고민하는 가운데 미쳐버릴 것 같았다. 작은 소리 별 의미없는 전화 목소리에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. 그러니 죄지으면 안될 것 같다. 책임감 없이 소모하던 자유인의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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